연초부터 속 시끄러운 일 가득했고 시체처럼 누워만 지내다 3월 되어서야 새해를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벌떡 일어나서 "테라스 청소를 해야겠어" 외치고 테라스에 있는 건조기, 보일러실, 잔디를 열심히 쓸고 닦았다. 몸을 움직이니 힘이 나더라고! 하루 온종일 걸릴 것 같았던 청소 목록을 겨우 2시간 내에 해치웠다.
그리고 to-do list의 마지막 항목에는 화단 정리만이 남았다. 화단 정리는 가장 설레면서도 부담스러운 숙제다. 이사 올 때부터 어떤 식물을 심을지 수없이 상상하며 고민했다.
테라스 광량, 바람 세기, 비가 들이치는 정도를 측정하는 게 첫 번째 숙제였는데 너무 바빠 내 방의 환경조차 알기 어려웠다...
이때는 2월 중순이었고 식물 심기 이전에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뭐든 글로 배우는 나는 곧장 도서관에서 정원 책을 마구 대출했고 숙제 목록을 작성했다. 내 화단은 규모가 작고 이전에 있던 식물 잔해만 정리하면 된다.
▶ 흙 환경 만들기 : 심고자 하는 식물에게 적합한 땅을 만들어야 한다. 배수가 잘 되면서 건강한 토양이 될 수 있도록 만들기.
▶ 화단 흙을 고루 섞어 딱딱하게 굳은 부분이 없도록 해주기.
그리고 대망의 식물 정하기! 최소 조건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을 찾아봤다. 익히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실내 식물"이라고 설명되곤 하는 것들, 그중에도 비바람 견딜 수 있는 강한 식물을 찾았다.
그리하여 (나의 사심이 담긴) 최소 조건의 테라스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 종류는 이렇다.
꼬랑사초, 몬스테라, 긴산꼬리풀, 노루오줌, 맥문동, 아디안텀(고사리), 붉은 여우꼬리풀(아칼리파 렙탄스), 비덴스, 시클라멘, 장미 베고니아, 노블 카랑코에, 베고니어 드레게이, 글로메리투스
이때부터 욕망의 헛짓이 시작된다. (ㅋㅋ)
테라스 정원 계획에 참고하려고 유튜브,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속 식집사들 작품을 찾아봤다. 사례를 참고해 내 작은 화단에 어떤 식물을 어떻게 구성하고 심을지 드로잉까지 했다.
드로잉까지 하니 '작품'은 '작품'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키워본 식물은 고작 스킨답서스, 바질, 체리토마토, 와일드루꼴라, 페퍼민트, 치커리 정도였고 그마저도 환경과 관리가 부실해 열매 없이 중도포기 했었다.
결국 테라스 환경의 환경에 적합하면서 내가 쉽고 즐겁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죽이기 어렵다는 스파티필름과 순하다는 테이블야자를 2, 3 포기만 심었다. 무관심이 최적의 관리 방법이라니. 그러나 내 아침 루틴은 테라스 화단을 확인하는 일이다. 계속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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