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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의 저택, 존 소안 경의 박물관

뮤지엄 전시 읽기

by BaobaoJing 2024. 1. 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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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 근처에 도보 12분 내에 갈 수 있는 특별한 박물관이 있다. 괴짜 할아버지의 집을 몰래 구경하는 것 같은 이곳은 바로 <존 소안 경의 박물관(Sir John Soane's Museum)>이다. 건축가 존 소안(John Soane, 1753~1837)이 자신이 살던 집과 그의 19세기 소장품을 토대로 박물관으로 조성한 것이다.

벽난로 위의 금색 액자 속 인물이 존 소안이다.

 

 

 

Sir John Soane's Museum · 13 Lincoln's Inn Fields, London WC2A 3BP 영국

★★★★★ · 박물관

www.google.com

 

공간

사진처럼 공간 자체가 어두웠다. 전문 박물관 공간이 아니고 실제 런던의 주거용 건물인 데다 전시실로 개조하지 않아 작품용 조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집주인 취향이 잔뜩 묻은, 그것도 런더너의 집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이 가득했다.

존 소안 경의 박물관, 1층 응접실


공간은 크게 지하층(자세히 기억 안나지만 1, 2층이 있던 것 같다), 지상 1, 2층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응접실, 홀, 침실, 부엌 등 생활공간으로 구성된다. 내 기억에 부엌(화장실이 있는지 모르겠음)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고 입구와 출구는 따로 있는데 출구에 기념품 숍이 있다.
'그가 살았던 생활공간의 모습'이라는 공간의 분위기를 전제로 조각은 조각끼리 회화는 회화끼리 묶어 전시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하 1층의 아트리움과 창고같이 생긴 구역은 전부 흉상, 인물상을 모아놓았고 복도에는 도자기나 손바닥보다 작은 조각품을, 지상 2층의 어떤 공간에는 건축 드로잉과 회화를 전시해 놓았다.
 

존 소안 경의 박물관, 2층 전시공간
존 소안 경의 박물관, 2층 전시공간, <The Architecture Drawing Prize 2021> 전시를 준비중이었다.

이제야 이 박물관의 웹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교육 프로그램과 투어(공간 투어, 건축 투어 등 주제가 다양하다), 각종 행사도 운영하고 기획전시도 꾸준히 개최해 왔다. 그중 'The Soane Medal'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The Architecture Drawing Prize 후보작 및 수상작을 선별해 전시까지 하는 것 같다. 내가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그 전시의 준비 기간이었고 당시에는 '죽은 사람의 죽은 물건들이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관람하다가 준비 모습을 목격하니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여겨졌다!

 

소장품

이제부터 소개하는 것들은 순전히 괴짜 존 소안의 컬렉션이고 수집의 목적, 기준, 가치 같은 것은 알지 못한다(박물관 홈페이지나 연구 논문을 찾아보면 알 수 있겠지). 단지 19세기에 제작, 생산된 것들이고 양이 엄청나다는 사실만을 알 뿐...

미학적 가치가 있다기보다는 존 소안이 생각했을 때, 그 당시에 값지고 진귀한 물건을 수집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무슨 이런 걸 수집했지?'라는 생각이 드는 물건도 있었고, 기둥과 부조, 심지어 이집트 왕의 관까지 있었다.

 

 

 

 

존 소안 경의 박물관, 지하1층에서 천장을 올려다본 모습
존 소안 경의 박물관, 지하의 어느 공간, 주두 등의 건물 장식까지 수집한 것으로 보아 존 소안의 수집 범위는 건축물까지 가리지 않았던 것 같다. 건물 벽, 기둥, 난간에까지 소장품이 배치된 모습을 보면 그 양이 얼마나 방대한지 알 수 있다.
거대한 기둥과 조각상 사이의 작은 조각상
이집트의 'Sarcophagus of SETI 1'라는 왕의 관이고 라임스톤으로 만들어졌다. 공간이 협소해 관 전체를 촬영하지 못하고 관에 새겨진 기록만 촬영함

 

지하층인지 지상인지 기억나지 않으나, 아트리움을 바라보고 선 동상 배치와 그 모습이 아름다워 촬영했다.
존 소안 경의 박물관, 1층 응접실 창가의 도자기류
존 소완 경의 박물관, 1층 응접실, 도서들은 아마도 유물 수준의 소장품은 아니겠지만, 그의 성격상 소장 가치가 있는 책들을 모아놓지 않았을까?
존 소안 경의 박물관, 1층 응접실
존 소안 경의 박물관, 1층 회화 방, 존 소안의 사무실과 은행 디자인 모음
존 소안 경의 박물관, 1층 회화 방, <존 소안 경의 박물관> 평면 계획과 공간 디자인
존 소안 경의 박물관, 2층
존 소안 경이 그린 도면들이다. 비례를 중시한 형식은 신고전주의 건축의 특징이다.
George Jones RA라는 화가의 작품이고 런던 브릿지를 처음 선보인 장면을 그린 것이다.
아마도 기념비적 장면을 그린 것 같다. 인물마다 숫자 표시와 이름이 적혀있고, 칼처럼 생긴 것을 들고있는 사람이 시장이라고 한다.
Sepulchral Chapel라는 곳의 디자인

 

공간 디자인 요소

비밀의 방
이 비밀 덕분에 박물관이 유명세를 탄 이유도 있다. 공간 자체가 수납함처럼 설계되었는데, 벽을 문처럼 여닫으며 다른 면의 컬렉션을 볼 수 있다. 관리자가 의자에 인형처럼 앉아있다가 특정 시간이 되면 문을 열고 닫는다. 이 사실 자체는 스포일러가 아닐 수 있는데, 실제로 이 장면은 영화에서처럼 다른 공간으로 순간이동하는 것 같은 새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즉, 비밀을 알고 상상해본들 직접 경험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점!

존 소안 경의 박물관, 1층 회화 방
존 소안 경의 박물관, 1층 회화 방

 

천장의 장식

 

이 박물관에서는 눈높이에 보이는 전시물뿐 아니라 벽과 바닥, 천장까지 열심히 찾아보아야 한다. 사실 굳이 '열심히' 보지 않더라도 시선이 걸리는 곳곳에 진귀하고 아름다운, 때로는 재미난 물건들이 숨어있다. 그중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 보느냐'인데, 전시품만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전시품이 어디에 위치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추측하면서 보는 방식이다. 그러면 전시품 하나만이 아니라 다른 전시품과의 관계성, 전시품과 공간의 조화 등 시각적 경험이 다채로워진다. 

천장을 올려다 본 모습, 가운데에 큰 꽃 형상의 조각, 그 주변으로 작은 꽃 형상의 조각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 아래에 대칭으로도 있다.
다른 공간에서 천장을 올려다본 모습, 지붕 구조물이 유리로 되어 있어 햇빛이 들어오고 그 중앙에는 식물 형상의 조각이 있다. 사진상에서 천장부의 주변을 보면 기둥 아치에 부착된 다른 조각들이 눈에 띄는데, 마치 식물 형상의 조각을 둘러싸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조각들 모아놓은 공간의 천장, 비교적 단순한 형태이고 지붕 구조물이 유리다. 천장 높이에 부착된 전시품들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지 않는 이상 육안으로 가까이 보기 어렵다. 공간 장식과 연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빼곡히 붙여놓은듯하다.
회화 컬렉션이 있는 방, 다른 공간에 비해 천장의 형태가 단순하고 지붕 구조물이 유리창이다.

 

곳곳에 숨겨진

존 소안 경의 박물관 1층 통로이고 창 너머로 아트리움이 보인다. 전시공간은 아니나 벽에 인물 흉상을 조각한 주물 모음이 전시되어 있다.

 

왼쪽은 1층 통로 벽의 튀어나온 부분에 설치된 손바닥 두께의 책꽂이다. 오른쪽은 자세히 보면 중앙에 인물의 얼굴이 표현된 조각인걸 알 수 있다. 조각 용도는 알 수 없으나 2층 기획전시 공간 천장에 스프링쿨러처럼 부착되어 있었다.
존 소안 경의 박물관, 2층 벽난로. 화려한 소장품들에 비해 단순하고 소박하게까지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소장품은 아니고 새로 교체했는지의 여부도 알 수 없으나 박물관 공간과 잘 어울리고 왠지 사용해보고 싶음


괴짜 건축가 존 소안의 컬렉션 탐색은 여기서 끝! 런던에 가면 대영박물관과 같은 주요 관광지 외에 <존 소안 경의 박물관> 같이 독특한 공간도 경험해 보면 더욱 다채로운 런던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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