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 근처에 도보 12분 내에 갈 수 있는 특별한 박물관이 있다. 괴짜 할아버지의 집을 몰래 구경하는 것 같은 이곳은 바로 <존 소안 경의 박물관(Sir John Soane's Museum)>이다. 건축가 존 소안(John Soane, 1753~1837)이 자신이 살던 집과 그의 19세기 소장품을 토대로 박물관으로 조성한 것이다.
벽난로 위의 금색 액자 속 인물이 존 소안이다.
Sir John Soane's Museum · 13 Lincoln's Inn Fields, London WC2A 3BP 영국
★★★★★ ·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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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처럼 공간 자체가 어두웠다. 전문 박물관 공간이 아니고 실제 런던의 주거용 건물인 데다 전시실로 개조하지 않아 작품용 조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집주인 취향이 잔뜩 묻은, 그것도 런더너의 집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이 가득했다.
공간은 크게 지하층(자세히 기억 안나지만 1, 2층이 있던 것 같다), 지상 1, 2층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응접실, 홀, 침실, 부엌 등 생활공간으로 구성된다. 내 기억에 부엌(화장실이 있는지 모르겠음)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고 입구와 출구는 따로 있는데 출구에 기념품 숍이 있다.
'그가 살았던 생활공간의 모습'이라는 공간의 분위기를 전제로 조각은 조각끼리 회화는 회화끼리 묶어 전시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하 1층의 아트리움과 창고같이 생긴 구역은 전부 흉상, 인물상을 모아놓았고 복도에는 도자기나 손바닥보다 작은 조각품을, 지상 2층의 어떤 공간에는 건축 드로잉과 회화를 전시해 놓았다.
이제야 이 박물관의 웹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교육 프로그램과 투어(공간 투어, 건축 투어 등 주제가 다양하다), 각종 행사도 운영하고 기획전시도 꾸준히 개최해 왔다. 그중 'The Soane Medal'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The Architecture Drawing Prize 후보작 및 수상작을 선별해 전시까지 하는 것 같다. 내가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그 전시의 준비 기간이었고 당시에는 '죽은 사람의 죽은 물건들이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관람하다가 준비 모습을 목격하니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여겨졌다!
이제부터 소개하는 것들은 순전히 괴짜 존 소안의 컬렉션이고 수집의 목적, 기준, 가치 같은 것은 알지 못한다(박물관 홈페이지나 연구 논문을 찾아보면 알 수 있겠지). 단지 19세기에 제작, 생산된 것들이고 양이 엄청나다는 사실만을 알 뿐...
미학적 가치가 있다기보다는 존 소안이 생각했을 때, 그 당시에 값지고 진귀한 물건을 수집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무슨 이런 걸 수집했지?'라는 생각이 드는 물건도 있었고, 기둥과 부조, 심지어 이집트 왕의 관까지 있었다.
비밀의 방
이 비밀 덕분에 박물관이 유명세를 탄 이유도 있다. 공간 자체가 수납함처럼 설계되었는데, 벽을 문처럼 여닫으며 다른 면의 컬렉션을 볼 수 있다. 관리자가 의자에 인형처럼 앉아있다가 특정 시간이 되면 문을 열고 닫는다. 이 사실 자체는 스포일러가 아닐 수 있는데, 실제로 이 장면은 영화에서처럼 다른 공간으로 순간이동하는 것 같은 새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즉, 비밀을 알고 상상해본들 직접 경험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점!
천장의 장식
이 박물관에서는 눈높이에 보이는 전시물뿐 아니라 벽과 바닥, 천장까지 열심히 찾아보아야 한다. 사실 굳이 '열심히' 보지 않더라도 시선이 걸리는 곳곳에 진귀하고 아름다운, 때로는 재미난 물건들이 숨어있다. 그중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 보느냐'인데, 전시품만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전시품이 어디에 위치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추측하면서 보는 방식이다. 그러면 전시품 하나만이 아니라 다른 전시품과의 관계성, 전시품과 공간의 조화 등 시각적 경험이 다채로워진다.
곳곳에 숨겨진
괴짜 건축가 존 소안의 컬렉션 탐색은 여기서 끝! 런던에 가면 대영박물관과 같은 주요 관광지 외에 <존 소안 경의 박물관> 같이 독특한 공간도 경험해 보면 더욱 다채로운 런던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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