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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꼭대기에서 만난 선사시대의 아름다움한국, 다시 보기 2023. 12. 17. 16:03728x90
약 2년 전 2021년 초 통도사의 성파 스님이 반구대 암각화를 옻칠로 재현해 화제가 되었었다. 옻칠은 우리나라 전통 기법 중 하나인데 옻이라는 재료의 성질 자체가 내구성이 강하다. 시간과 물에 의해 사라지는 선사시대 기록을 영구적인 재료로 재현하다니, 그것도 통도사 꼭대기에 있는 장경각 연못 속에 담구어 보관한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확한 명칭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이고 울산 태화강의 거대한 암석 절벽에 고래, 사슴, 거북이 등 여러가지 동물이 새겨진 벽화를 가르킨다. 신석기와 청동기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재이다. 1970년 12월 유적 조사단이 불교문화재를 답사하던 중 천전리 각석(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선사시대 암각화)을 발견했고, 1971년 12월에 천전리 각석 근처에 있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한 것이다. 이 발견 덕분에 한반도의 유구한 역사를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박물관들이 반구대 암각화 탁본을 제작하여 전시하고 역사학과에서는 이 탁본으로 공부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반구대 암각화는 표면이 많이 마모되었다. 수면의 상승과 하강이 수 천년간 반복되었고 폭우나 장마로 인해 수면이 상승하여 암석이 물에 잠길 때도 있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관해서는 여러차례 논의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충분한 결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2025년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한다니 부디 그 전에는 보존 방안이 마련되기를).
아마도 모두가 안타까워 할 사연이다. 성파 스님도 이러한 안타까움으로 작품을 만드신게 아닐까?
장경각은 말 그대로 통도사의 꼭대기에 있다. 참고로 기도하러 가는 통도사가 있고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통도사는 이와 다른 곳에 있다. 아래의 지도를 보면 상단에 별표시 있는 곳이 '기도하러 가는 통도사'이고, 길을 따라 하단에 다홍색 마크가 있는 곳이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통도사'이다.
'기도하러 가는 통도사'가 궁금하다면 아래의 포스팅 읽어보기!
굽이진 길을 따라 드라이브 하다가 길을 잘못 들었나 불안해질 때 쯤이면 꼭대기에 도착한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반구대 암각화 감상타임!
나는 2021년 초에 성파 스님 기사를 접한 후 반구대 암각화 노래를 부르며 울산에 갈 계기를 만들었다(공식적으로 갈 일이 1도 없었음). 드디어 2023년에 갈 수 있게 되었던 것!
박물관에서 탁본으로 본 반구대 암각화는 일반적으로 세로 형태다. 암각화는 절벽 바위에 새겨진 그림이고 탁본을 떠 원래 모습 그대로 재현하였으니 규모가 크고 웅장한데다 사람이 서서 높이 올려다 보아야 한다. 그러나 통도사 장경각은 사람이 높은 곳에 올라와 연못을 내려다 보는 방식이다. 옻칠로 형형색색 표현하여 그림책 처럼 보이기도 하고 박물관에서의 고고한 모습과 대비되는 형상이다.
바로 옆에는 천전리 암각화가 있다. 제작 시기는 신라시대로 추정되고 글자나 지도같은 개념도, 사람이 동물을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 등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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