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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석사 졸업자 축하를 핑계로 연구실 후배들을 만났다. 그 석사 졸업자는 휴식기 없이 곧바로 박사과정의 단계를 밟는단다. 이 모임의 구성원 모두 몇 년간 '무슨무슨 과정' 단계에 속해있다. 그중에 나는 수료자이기에 '무슨무슨 과정'은 아니나, 매듭짓기 이전의 어떤 과정을 겪고 있다.
석사에 이어 박사과정까지는 모두 4년 반, 여기에 수료 이후의 기간을 더하면 4+n년이다. 누구는 유학을 다녀오거나 진급을 하고, 누구는 애를 낳아 기르고, 누구는 사업을 시작해 실패하는 시간. 내가 대학원생으로 사는 동안 나의 친구들은 이런 일을 겪었다. 4+n년간 내가 생산한 것은 몇 번의 전시 경험과 연구 프로젝트 경력, 7개의 연구논문, 그리고 이런 일들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그리고 콜린성두드러기와 스트레스성 위장염, 그리고 신경증, 그리고, 그리고...
이 힘든 과정. 설명하자면 길고 지루하지만 고작 '힘들다'라는 형용사로는 부족한 (나는 '지옥같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 과정은 나를 거듭나게 해주기도 한다. 선택과 집중, 꾸준함, 루틴있는 삶, 인내와 같은 기술(?)을 습득했으니!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겸손함의 의미를 체감했다는 점이다. 겸손하기는 쉽고도 어렵다. 감사할 줄 알면 된다. 내게 주어진 환경, 재능, 관계, 자산에 대해 만족하고 기뻐하면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가끔 내가 이룬 업적이라고 착각할 때가 많다. 오히려 교만하면 불행해지더라. 여러 번의 오해와 착각, 교만을 겪고 이제야 겸손이 뭔지 깨달았다. 교만한 사람은 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사람이다. 반대로 겸손한 사람은 정말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사람이고 현명한 사람이었음!
자, 이제 개념을 알았으니 노력과 실천으로 시작하자.728x90'생각의 조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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