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래에 이렇게나 잘 읽은 책이 또 있던가?
A4 절반이 채 되지 않는 크기에 300페이지 내의 분량인 단행본이다. 표지에 적힌 것처럼 '가치를 전하는 비평의 기본기'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와사키 쇼헤이는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가와사키 씨는 이전에 자비로 『중쇄 미정』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편집자로서 겪는 어려움과 출판시장에 관한 내용이다. 『리뷰 쓰는 법』에서는 누구나 다채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독려는 내가 책을 '잘 읽었다'고 느낀 지점이다. 그는 단순히 글쓰기에 관한 기술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가 글쓰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의 가치관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평가의 시선과 태도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에 나는 스스로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가와사키씨의 글을 본 것은 이게 전부이지만, 글을 읽는 내내 응원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응원'은 목차에서부터 시작된다. 문장형으로 작성된 점도 생소하지만, 목차의 양도 낯설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주제가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가와사키 씨는 본문 내용에서도 책의 큰 주제와 작은 주제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다음 내용이 궁금해질 수 있는 문장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말했던 바를 마치 예시처럼 책의 목차에 담아냈다. 목차는 글을 다 쓴 후에도 편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위적이거나 의도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일관성 있게 글쓴이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전달한다고 생각되었다. 머리말의 제목, 맺음말의 제목, 그리고 역자 후기까지 가와사키 씨는 자신의 가치관을 꾹꾹 눌러썼다. 이 세 개의 항목에 그의 메시지가 전부 담겨있다. "다양한 가치관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글을 씁시다. 비평은 대상을 긍정하는 데부터 시작됩니다.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비평을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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