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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역사 속 숨은 이야기: 프레드 윌슨의 《박물관 채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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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빛나는 은 공예품들이 있다. 은으로 만들어진 주전자와 와인잔에는 뚜껑, 손잡이, 받침 등 모든 부위에 정교하게 장식이 새겨져 있다. 주전자와 와인잔을 진열해 놓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울 테지만, 와인을 따라 마시면 새겨진 장식이 더욱 화려하게 빛날 것 같다.

그리고 은 공예품 사이에 놓인 검은색 물체는 노예에게 채웠던 족쇄이다.

Mining the Museum (Metalwork 1793-1880): items on display in this image include a case filled with repoussé silverware cups, ewers and urn alongside a pair of metal slave shackles.

 

위의 구성은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프레드 윌슨(Fred Wilson, b)의 <박물관 채굴하기(Mining the Museum)(1992)>라는 작품이고 볼티모어시에 있는 메릴랜드 역사 학회(Maryland Historical Society, MHS) 갤러리에 전시되었던 것이다. 은 공예품들은 1793년부터 1880년 사이에 제작된 유물들이며 노예 족쇄는 프레드 윌슨이 볼티모어 지역창고에서 발견하여 함께 배치했다.

보통의 공예 전시라면 과거의 은 공예 기술이 얼마나 세밀했는지 그 역사성과 심미성, 혹은 전통성을 주제로 하여 유물을 나열한다. 만약 노예 역사에 관한 전시라면 그들의 생활품과 함께 통계나 설명문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박물관 채굴하기>는 공예 전시일까 노예 역사 전시일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그 어느쪽도 아니다. 19세기 은 공예 시장과 경제, 기술과 장인, 그리고 노예 제도까지. 서로 다른 맥락의 두 물건이 함께 놓임으로써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진실, 수많은 이야기를 생성한다.


프레드 윌슨은 물건에 얽힌 사연으로부터 파생되는 새로운 맥락과 차별, 이데올로기를 발굴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전통적인 박물관 전시의 편향되고 배타적인 구조를 드러내고 제도의 대상에 대한 맥락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고발한다. 미술학자이자 큐레이터인 Lisa G. 코린은 프레드 윌슨이 물체를 통해 폭력의 역사를 말하게 만든다고 표현했다. 미술평론가 Maurice Berger는 프레드 윌슨이 기존의 역사 지식 체계에 개입하여 잊혔거나 배제되었던 기억을 회복시킨다고 설명하였다.

인터뷰에 의하면 프레드 윌슨이 작품을 연구할 때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며 주민들과 생활하고 대화 나누는 일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 지역의 출신이 아니기에 물체 이면의 역사와 문화같은 것들을 알지 못하지만, 그곳 지역민들과의 교류 속에서 정보를 얻는 것이다. 아마도 지역민이 살아온 인생 경험을 토대로, 혹은 그들 조상에 관한 이야기를 토대로, 또는 그들이 인지하지 못하지만 뿌리 깊게 녹아있는 문화를 통해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것 같다.

 

Artist Fred Wilson in front of a 1904 dollhouse, part of one of the installations from his landmark exhibit, Mining the Museum, held in 1992-1993 at the Maryland Historical Society. Fred Wilson with Dollhouse, Mining the Museum, ca 1992, unprocessed, MdHS

 


 

함께 읽으면 좋을 책과 논문과 기사 추천

인터뷰: Artist Fred Wilson and Mark A. Graham, An Interview with Artist Fred Wilson, Vol. 32, No. 3, Place-Based Education and the Museum (Fall, 2007)

논문: McTighe, Monica Eileen., 'Epic forgetting' : mapping memory practices in installation art of the 1980s and 1990s, Thesis (Ph. D.)--University of Virginia, 2005.

책: 조새미, 『뮤지엄 게이트: 인디언의 눈물, 흑인 노예의 노래, 천재 건축가의 그림자 미술관 기행』, 아트북, 2021

기사: BmoreArt, "How Mining the Museum Changed the Art World" 

 

Museum Gate 뮤지엄 게이트

Museum Gate 뮤지엄 게이트 - 인디언의 눈물, 흑인 노예의 노래, 천재 건축가의 그림자 미술관 기행...

byeolcheck.kr

 

How Mining the Museum Changed the Art World – BmoreArt

But, really, who could have, with any specificity? For the implications and consequences of Mining the Museum, like the consequences of slavery, proved to be complex and diverse. In 1993, the American Association of Museums granted the show a Curator’s C

bmore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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