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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논문 일지

지도교수 변경 이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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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지도교수 변경 후 약 7개월이 지났다. 새로운 지도교수님과 합을 맞추고, 갑작스럽게 일을 병행하게 되면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그간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정리해 본다.


1. 연구 주제 정하기

일반적으로는 지도교수 변경 신청을 하더라도 기존 연구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특수한 경우다. 내가 석사 때부터 연구한 주제와 새로운 지도교수님의 전공 분야가 다르다. 나는 명료한 시각으로 나를 가르쳐줄 선생님이 간절했고, 지금의 지도교수님이 필요했다(나의 석사학위 논문 심사위원이셨다).

약 3개월 간 연구 주제를 변경하느라 지도교수님과 함께 고군분투했다. 원래 내 연구 주제가 (예를 들어) <모기 뒷다리 털의 특성>에 관한 것이라면, 새로운 지도교수님과는  <모기 뒷다리 털 형태의 변천사>, <모기 뒷다리 변화가 인간 삶에 미친 영향>, <인간 라이스프타일 변화에 따른 모기 뒷다리 생김새의 변천> 등등으로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지도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박사 연구는 "나만 가진 특별한 자료가 있거나, 세상 누구도 논하지 않은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로 판가름 난다고 한다.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 <오래된 미래>가 떠오른다. 아무튼 나는 둘 다 해당되지 않는다. 온전한 나만의 연구를 쭉 해왔던 게 아닌 데다 학교에만 틀어박혀 있던 터라 '내부 자료'같은 것이 있을 리가. 이런 내게 주신 지도교수님의 해결 방안은 "공식적인 기록 자료를 근거 삼자. 너의 이전 연구들이 역사나 변천사를 살펴보는 특징이 있으니 오히려 잘됐다."였다. 모기 뒷다리 어쩌고에 대한 자료를 미친 듯이 찾아다녔다. 틈만 나면 구글링 하고 검색 결과로 뜬 게시물을 모조리 열람했다. 인근 도서관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렇게 나의 드래곤볼을 모았다. 마침내 "최종_진짜 최종_최종최종" 연구 주제와 방향에 그려졌다.

 

2. 목차 쓰기

연구 주제와 방향을 그렸으니 목차를 써야 한다. 지도교수 변경 이후 약 2개월 간은 목차를 간절히 바랐다. 마치 아기를 바라듯이! 목차가 없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 우울하게 만들었다. 연구자들 말로는 목차가 인간의 척추 뼈와 같고 거기에 살을 붙여 논문이 완성되는 거란다. 내가 갓 수료한 상태였다면 목차 쓰는 일이 너무 신났겠지만, 주제를 여러 번 바꾸느라 기력을 전부 소모해 버렸다. 그리고 박사논문 목차는 석사논문이랑 차원이 다르더라고. 그러나 희망을 잃지 말자고! 목차 쓰는데 한참 걸리겠구나 좌절했지만 1개월 만에 썼다. 물론 아주 엉성해서 수시로 고치고 있다. 어설픈 목차라도 살을 붙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학위논문에 있어 중요한, 그리고 내가 간절히 바랐던 연구 주제와 방향(목차)을 설정한 이후로 또 몇 개월이 흘렀다. 다음 단계로는 자료 수집, 선행연구, 연구 체계도 작성, 사례 연구, 또다시 목차 수정, 현장 답사 등 많은 과제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현재는 이 과제들을 정신없이 해치우고 있다. 부디 이 과제들을 완료한 후에 다음 포스팅을 작성할 수 있기를, 본 심사 포스팅도 곧 쓸 수 있기를!

머리맡에 쌓여가는 연구 자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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