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 논문은 양부터 처치 곤란이다. 분석해야 하는 자료만 300쪽에 이르고, 본문은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벌써 200쪽이다. (쪽수를 언급하면 보통은 "와, 많이 썼네! 금방 끝나겠네!"라는 반응인데, 절반 이상은 버려질 예정이니 사람 마음 흔들지 마셔) 게다가 항목을 잘게 찢어 논리를 촘촘하게 구성해야 한다. 한글 파일에 2장까지 쓰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쉬다 보면 1장에서 내가 연구 방법을 뭐라고 썼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래서 지도교수님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공부하라고 말씀하셨나 보다.
먼저, 목차를 쭉 나열하고 그 안에 들어갈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적어본다. 소제목 또는 키워드 정도로만 간략하게 작성해도 좋다. 그리고 그것의 연구 방법론 즉, 문헌연구인지 현장조사인지 어느 자료가 중점인지 등을 적는다. 일정 파악에 참고가 된다.
그다음에는 당신의 원고 작성 성향에 따라 작업 방향을 계획한다. 나는 내용을 러프하게 기획한 후 그에 맞는 자료를 조사, 수집하고 그것을 토대로 글을 작성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기획, 수집, 초안, 퇴고, 탈고, 편집, 발표자료, 교열/교정, 샘플 인쇄 순으로 작업 항목을 구성했다.
이제는 아래의 사진처럼 "논문 작성 계획표"를 만들 수 있다. 가장 좌측 열부터 '장', '절', '항'에 대한 숫자 구분을 하고, 그다음 열에는 각 항목에 대한 제목을 적는다. 그다음 열에는 세부 내용 또는 메모를 적는다. 그다음 열에는 분량을 적는다. 여기까지는 논문 원고의 목차와 유사하다. 이다음 열부터는 원고 작성 방향에 따른 항목으로 구성할 수 있다. 내 경우를 예시로 해보자. 나는 첫 열부터 순서대로 기획, 수집, 초고, 편집, 퇴고, 발표자료, 결과 반영, 퇴고, 편집, 교열/교정, 탈고라고 적었다.
목표일을 설정해 날짜도 기입하자. 각 장(또는 절, 또는 항)과 작업 항목이 교차하는 지점은 진척 상황을 표기할 수 있는 역할이다. 위의 사진을 기준으로 보면, 나는 '초고'를 2월까지는 완성하고 싶다. 날짜 기능을 활용해 2025년 2월 21로 지정한다. 조건부 서식을 설정하면 원하는 기준에 따라 색상 표시를 할 수 있다. 나는 가장 먼 날짜는 흰색 배경에 검은색 글자, 가장 임박한 날짜는 노란색 배경에 빨간색 글자로 설정했다.
만약 '기획'을 완료한 파트가 있다면 해당 칸에 ● 표시를 해두자. 이렇게 해두면 한눈에 진척도를 확인할 수 있고 성취감도 생긴다.
사실은 이렇게 논문 작성 계획표를 열심히 작성했더라도 일정에 치이기 쉽상이다.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계획이고 삶이라니까. 나는 N번째 계획표를 뜯어고쳤다. 이 게시물을 쓰고 다시 N+1번째 수정을 하러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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