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퍽한 내 연구 생활의 단비는 바로 식물 가꾸기다. 점점 바빠져 그마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죽지 않으면 다행이랄까...
지난여름에 분갈이를 한 후로 식물 친구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그중에 죽은 친구들도 몇 있다. 키우기 쉬운 종류라지만, 그만큼 환경도 내 삶도 퍽퍽했다는 사실이려나. 아무튼 더 바빠지기 전에 잠깐 짬을 내어 관리를 해주었다.
다이소 식물 영양제는 3회 정도 갈아주었다. 처음 며칠은 영양제가 줄지 않는 것 같더니 한 주 정도 이후에 관찰해 보니 영양제가 거의 바닥을 보였다. 원리를 잘 모르겠다만,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식사(?)의 때가 있나 보다.
처음에는 잎의 상처 치료를 기대하고 식물 영양제를 투입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새싹이 잔뜩 나오고 상처 없는 잎이 더 튼튼해지는 쪽이었다. 상처 있는 잎들은 결국 노랗게 변하다 말라버렸다.
그리고 11월 초가 되었다. 사진을 보니 시금치 같군. 바빠서 들여다보지 못했더니 물을 먹지 못해 시들었다. 시들었지만 잎이 짙은 초록을 띄고 윤기도 흐른다. 식물 영양제 덕인지 가지가 여러 개 자라서 풍성해지기까지 했다. 실내에 있으니 확실히 상처 입는 일도 없다.
잊을만할 때 실내 식물 친구들을 모두 소집하여 물 샤워를 해준다. 식물 키우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두 가지 일이 있다. 한 가지는 화분 한가득 자라 버린 식물을 여러 포기로 나누어 분갈이하는 일이다. 나머지 하나는 식물을 잔뜩 모아놓고 물 샤워 하는 일이다. 이러면 왠지 내 삶이 더 풍성해지는 것 같거든!
최근에는 발코니 난간에 울타리를 설치했다. 주변 건물과 너무 가깝고, 높은 층에서 우리 집의 발코니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다. 사생활 보호 역할을 하면서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이 있나 여러 제품을 찾다가 '싸리나무 울타리'를 구매했다. 보통의 발코니 가림막은 난간 높이에 맞춘 기성품이어서 높이가 1m 혹은 120cm 정도다. 게다가 방수포 같은 재질로 만들어져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타공판이니 나무 파티션이니 찾아 헤매다 결국 '싸리나무 울타리'를 발견했고 바로 구매했다. 브라치트리차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고 만족스럽다!
올해 초에 그라스를 키우고 싶어 '브라치트리차'를 구매해 도전하는 중이다.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로 쇼핑하듯 구매했는데, 한국 가정집에서 키우는 사례는 없는 듯하다. 가정집에서는 어떻게 키우나 검색해 봐도 후기가 없더라고... 우선은 내 화단에서, 우리 집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친구인지 지켜보기로 했고 봄, 여름을 무사히 지나왔다.
커다란 잡초처럼 생긴 것이 9월까지도 꽃대가 없어 감감무소식이었다. 꽃대가 나오는 조건이 필요한 건가 싶었지만 정보가 없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0월에 슬슬 꽃대가 뾱 뾱 나타났다. 10월 말에는 벼처럼 생긴 꽃봉오리도 나왔다. 11월 초, 현재는 꽃봉오리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조만간 꽃이 피면 어떤 모습일지! 이 친구가 추운 겨울을 잘 버텨준다면, 새 친구를 더 데려올 수 있다.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때때로 따뜻한 날도 있는 걸 보니 가을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지? 논문 쓰다가 틈틈이 나와 발코니를 즐기고 있다. 화단이 가득 채워지면 어떤 모습일지 몹시 기대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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