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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의 순간들

발바닥을 땅에 꼭 붙이면 몸이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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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 rest, rejuvenate and recharge

retreat 이란,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고, 활력을 되찾고, 재충전하는 일이다.

 
예전엔 ‘리프레쉬(refresh)’라는 구실이 진부하다 여겼다. ‘쉬어야 할 때가 있고 아닌 때가 있는 거지’ 하는 꼿꼿하다 못해 뾰족한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때”를 모른다면? 후회 가득했던 지난 여행과 쉼의 일상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동생이든 친구든 놀자는 꾐에 나는 매번 책상 앞의 망부석을 자처했거든. 석사 입학 후 놀기야 놀았지만 문화예술 경계 안에서만 서성댈 뿐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 나의 전 지도교수는 “찝찝함”이라 표현했고, 누구는 “리프레쉬”라고 하는 그 사이 어딘가의 상태였다. 앉은자리에 풀도 안 난다는 최 씨처럼 신념을 지키는 게 나를 지키는 일이었다.


여름 끝자락, 바다와 여행을 아쉬워하던 내 동생이 “여기 같이 갈래?”라며 아래 사진을 들이밀었다. 정말 말 그대로 마구 밀었다. 인생 변화의 계기 중 하나가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도전하는 거라던데, 내게는 흐트러짐이 그 도전이다. 게다가 J 인생에 용납할 수 없는 급 여행이라니!


@ official.weekenders

 
부랴부랴 위크엔더스의 “오롯이, 나” 신청 접수를 하고 기차표를 예매했다. 당연히 대부분이 매진이었고 선택지라고는 오전 5시 차(서울 발), 오후 22시 차(강릉 발).

 

이곳이 비치 요가 스폿! 위크엔더스 대표님 말씀으로는 로컬들만 아는 바다라고 하더라. 다른 해변과 달리 정말로 수영하는 관광객이 드물었고 심지어 조개 잡는 동네 아저씨도 있었다. 답답한 서재/책상 뷰를 벗어나 시야에 걸리는 것 없는 장면을 보니 어색했다(좋았다고 할 줄 알았지?). 어쩔 줄 몰라서 모래 위에 털푸덕 앉았다가 갈매기 쫓아보기도 하고 등대 찾아보고 했다.


이번 비치 요가에서는 하나의 피크 포즈를 정해 몸풀기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피크 포즈에 이르는 흐름이다.
첫째 날의 피크 포즈는 '나무 자세'다. 내게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자세이기도 하다.

사진: @ official.weekenders
사진: @ official.weekenders
사진: @ official.weekenders

나무 자세 방법은 한쪽 발을 땅에 밀착시킨 후 다른 한쪽 발바닥을 발목에, 다음에는 종아리에, 다음에는 허벅지에 붙인다. 손은 하늘을 향에 쭉 뻗는다. 간단한 것 같지만 발바닥 면적만으로 몸의 무게 중심을 버텨야 하니 쉽지는 않다.
요가의 묘미는 선생님 멘트에도 있는 것 같다. 눈을 감고 자세를 취하다 보면 귀에 들리는 선생님 목소리가 마치 몸의 정령이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ㅋㅋ) 나무 자세 할 때 한 발로 버티며 무너지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다가 퍽 쓰러지고 만다. 그러면 선생님이 “흔들려도 괜찮아요. 다시 시작하면 돼요. 흔들림을 느껴보세요.” 한다. 그러면 나는 발바닥을 더 꾹 눌러본다. 그러니까 흔들려도 괜찮더라고. 발은 흔들리지 않으니까! 생각해 보면 그간 나는 발이 아니라 어깨와 뇌에만 힘주고 기 쓰며 사느라 위태로웠나 싶다.


사진: @ official.weekenders

둘째 날, 첫째 날과 같은 바다를 배경으로 소나무 사이에서 요가 매트를 폈다. 이 날의 피크 포즈는 ‘나무 자세’와 ‘머리서기’다. ‘머리서기’는 보기에도 정말 정말 어려워 보이지만, 왜 하는지 이해도 어렵지만 선생님이 흔들려도 다시 하면 된다고 했으니까 할 수 있다.
둘째 날의 내 나무 자세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잔잔한 흔들림이 있었지만 발바닥의 단단함을 감각할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고! 나는 요가 초보자고 머리서기는 당연히 못했다. 선생님이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단계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으니 괜찮다.

 

이제 책상으로 돌아가 흔들림도 느껴보고 내 단계를 인지해봐야지.

사진: @ official.weeke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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