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썸네일형 리스트형 월든(Walden)이 알려준 "적당한 삶" 타인의 가치관에 의해 혼란을 느낀 경험이 있는가? 이를테면 자랑이나 (대표적으로 인스타그램이 있지) 충고, 조언, 평가, 판단 말이다. 숱하게는 알고리즘에 의한 콘텐츠나 광고만으로 사람이 지칠 수도 있다. 인정을 갈구하는 사람들 틈에서 나를 지켜내기란 어렵다.건축 디자이너로 일하던 때 회사 사장님이 "소비 사회에 휘둘리면 안 돼. 알고 돈을 써야 해"라며 주체적인 의식으로 살라 강조했었다. 나는 동기들에 비해 월급을 많이 받았고 너무 어렸고 술과 클럽에 돈을 쓰며 사장님이 말했던 '소비 사회'에 잘 휘둘렸다. 가치 판단 없이 살던 탓인지 쉽게 소모되었고 회사도 그만두었다. 그리고 누가 『월든』을 읽길래 멋져 보여 따라 읽었다(이마저도 휘둘림).월든(Walden)이라는 단어는 '숲 속의 생활'이라는 뜻이고.. 더보기 input / output 석사 때는 인풋(input) 취하는 일에 몰두했었다. 어떤 선생님은 자신은 이제 인풋에 관심이 없고 자기만의 아웃풋(output)을 너무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그는 해외에서 유학한 학자인데 지적으로 훌륭하신 분이라 그럴 만도 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비평문 한 편은 뚝딱 쓸 수 있을 것 같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나의 아웃풋을 내기 위해서는 그간의 연구 경험을 모아 모아 압축하고 심도 있는 자기 검열을 거쳐야 하니까 말이지. 그러니 인풋 취할 시간과 에너지를 아웃풋에 투자하는 일이 더 효용가치 있는 거지. 그래서 나는 그분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아웃풋에 몰두하는 사람이 되리라 마음먹었다.지금의 나는 인풋에 엄격하고 아웃풋에 관대한 사람이 되어있다. 아직 내 수준에 인풋이 아예 .. 더보기 가지치기에 관한 단상 최근 상담 선생님과 '가지치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의 주장은 학위 과정에 있으면서 졸업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면 최대한 연구와 논문 집필에만 몰두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반면에 나는 선생님의 의견이 옳고 나 또한 그리 실천하고 싶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럴 수는 없다는 주장을 했다. 이 대화는 스펙 과다에 대한 씁쓸함으로 끝이 났다.스펙(spec)나의 석사 졸업 동기들, 혹은 연구실 후배들과 종종 '가방끈' 농담을 한다. 예를 들면 박사과정이 자신은 학사랑(석사과정) 겸상할 수 없다고 한다던지(우리끼리는 배꼽잡음)... 모 학생(석사과정)은 일과 학업을 병행 중인데 그가 속한 회사에는 석사가 차고 넘친다고 한다. 심지어 논문 없이 졸업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학교마다 졸업 체계가 다르기 때문). .. 더보기 어떤 과정 얼마 전에는 석사 졸업자 축하를 핑계로 연구실 후배들을 만났다. 그 석사 졸업자는 휴식기 없이 곧바로 박사과정의 단계를 밟는단다. 이 모임의 구성원 모두 몇 년간 '무슨무슨 과정' 단계에 속해있다. 그중에 나는 수료자이기에 '무슨무슨 과정'은 아니나, 매듭짓기 이전의 어떤 과정을 겪고 있다. 석사에 이어 박사과정까지는 모두 4년 반, 여기에 수료 이후의 기간을 더하면 4+n년이다. 누구는 유학을 다녀오거나 진급을 하고, 누구는 애를 낳아 기르고, 누구는 사업을 시작해 실패하는 시간. 내가 대학원생으로 사는 동안 나의 친구들은 이런 일을 겪었다. 4+n년간 내가 생산한 것은 몇 번의 전시 경험과 연구 프로젝트 경력, 7개의 연구논문, 그리고 이런 일들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그리고 콜린성두드러기와..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