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심사 후 첫 논문지도
예비심사 이후 몇 개월을 흘러 보내고서야 드디어 논문지도를 받았다. 혹자는 교수들이 논문을 원래 잘 봐주지 않는다고 오해하겠지만, 대학원생들은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지 잘 알 테지. 그건 바로 나... 석사과정 때는 해맑은 얼굴로 엉망인 논문 원고를 지도교수 앞에 잘도 가지고 갔었다. 박사과정이 되니 왠지 모르게 '조금만 더 하면...'을 중얼거리며 시간을 축내게 되더라. 결국 너그러운 지도교수님이 "언제 가져올래?"라고 나를 들쑤시고서야 나는 정신을 차린다. 내가 봐서는 소용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는 거다.
예비심사 이후 첫 논문지도에 관한 기록이고 얼마큼 엉망진창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주워 담을 건지 적어보았다.
알맹이 없음
논문지도 결과는 "다시 해와".
내 연구는 '변천' 혹은 '양상'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연구라면 응당 자료 확보가 우선이라고 판단하여 가장 먼저 연구의 범위를 설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기적으로 발간하는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을 토대로 범위를 정하고 선정 기관의 기본정보를 조사했다. 문헌연구, 사전연구, 선행연구는 진행된 바 있기에 간략한 요약본을 작성하여 연구의 이론적 배경도 갖추었다. '서론' 격에 해당하는 콘텐츠들이 준비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목차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가장 알맹이인 연구 대상에 관한 고민이 빠져있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조사·분석하겠다는 방향은 있지만 대체 무엇을 볼 것인가 하는 대상이 없다. 박사씩이나 되면서 대체 이게 뭔 소리냐 할 수도 있다. 6편의 학술지, 1편의 학위논문을 발표하면서 논문 형식이 익숙해졌고 조사와 집필 방법도 감을 익혔다. 그러나 문제의식이 없었다. 마치 글 작가가 무엇에 관해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상황, 미술 작가가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하는 상황과 같다. 자기만의 관심 방향, 연구 주제, 혹은 문제의식이 없다면 이렇게 길을 잃기 쉽다.
문제의식 설정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선행연구 논문을 더 읽어야 할지, 영감을 찾아 답사를 가야 할지, 선배를 붙잡고 하소연해야 할지... 뭐든 도움이 된다면 해야겠지만, 각자 자기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과 힘만 낭비될 뿐.
나의 경우에는 내 시선과 관심에 집중해 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논문지도 후 작업실로 돌아와 저장해 둔 여러 편의 선행연구 논문 제목을 읽고 또 읽었다. 이런 문제의식은 어디로부터 오는지, 문제의식을 명료한 한 문장(논문의 제목)으로 어떻게 만드는지 감탄만 나왔다(어떻게 하는 거예요!!). 선행 연구자들을 따라서 나도 내 관심의 방향과 문제의식을 문장으로 적어본다. 핵심적인 개념어를 사용하면서 메시지를 정확하게 담은 문장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