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하게 채우기
걱정과 두려움만 가득했던 북경 답사를 마치고 일주일이 흘렀다. 내가 얼마나 불안에 떨었냐면, 비행기 출발 시간이 21시인데 출국 수속을 4시간이나 이르게 마쳐버렸다지! 고작 2시간 날아 가는데, 겨우 4일 머무는데 말이지. 도착해서는 북경 땅을 걷는 내내 승모의 힘을 풀려 애썼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망하는 거야, 죽는 거야!' 중얼대며 다녔다. (한국인 미친년으로 보였을지도)
내 승모를, 내 몸을, 내 정신을! 부드럽게 만든 계기는 의외로 중국 사람들인데, 내 불안의 50%는 의사소통 불가가 원인이었거든.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전제가 나를 위축시킨 거지. 그러나 나의 "Do you speak English...?"에 보여준 중국 아저씨 혹은 청년들의 수줍은 미소가 나를 씩씩하게 만들어주었다. 큰 소리로 중국어로 뭐라 뭐라 하다가도 내가 중국어 몇 자와 영어 섞어 대답하면, 그들도 열심히 번역기 돌려 말을 건네줬다.
예전에 장 선생님한테 나는 왜 스스로 고된 인생을 살려하느냐 헛소리한 적이 있다. (그걸 왜 남한테 묻니) 장 선생님은 내게 우문현답으로 성경구절 하나를 알려주셨다. 이후로 나는 승모에 힘을 풀어야 할 때마다 이 말씀을 떠올린다.
[마6:26, 쉬운성경]
하늘에 있는 새를 보아라.
새는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쌓아 두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새들을 먹이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더 귀하지 않느냐?
'겨우 4일' 있으면서 어려운 상황이 자꾸 생겼지만, 매번 도움의 손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너무 무섭게 생긴 천안문 군인(?)에게까지 도움 받으니 든든했달까? (북경 보안 최고~!) 안심하고서야 풍경도 보고 배도 고프고 했다. 그리고 다시 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다음은 더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