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탐방

북경에서 무얼 먹고 마시나?(짠함 주의)

heobo 2024. 11. 25. 18:04
728x90

'해외 연구 답사'라는 멋드러진 명목과 달리 북경에 가서 개고생 했다. 인후염까지 걸려서 식사는 거의 생존이었다.


빵 오 쇼콜라와 물

답사 첫날의 아침 식사는 빵 한 조각. 한국에서부터 인후염에 걸렸고 약을 먹으려면 끼니를 반드시 챙겨 먹어야 했다. 그러나 식당을 찾아갈 시간이 없어 호텔 1층에 있는 카페에서 해결했다.

G'DAY COFFEE&BARBER(锦和隆福寺越都荟店)
北京市东城区钱粮胡同17号


대추씨 밀크티

 

첫날에 답사를 마친 후 숙소로 복귀하던 중 너무 배고팠다. 식당을 찾을 정신도 없고 맛집 정보가 있더라도 거기까지 갈 힘이 없었다. 내게 남은 건 오직 숙소로 걸어갈 5,000보의 힘뿐... 숙소 가는 길이 왕푸징 메인 스트리트였고 내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가게를 무작정 들어갔다. 알고 보니 중국 전통 화과자 전문점이고 관광객들이 선물 구매하러 들르는 곳이더라.
나는 그 멋진 화과자들을 뒤로하고 밀크티를 주문했다.


稻香村
北京市东城区隆福寺前街1号1层WL1-08

 


볶음밥과 닭고기 땅콩 볶음


답사 기간 내내 따끈하고 든든한 밥(쌀)이 너무 간절했다. 이번에 언급할 식당은 내가 2일이나 연속으로 방문한 곳이다. 그러나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숙소 바로 앞에 번화가가 하나 있고 거기엔 다양한 식음료 매장이 있다. % 카페와 위워크도 있었다. 나는 그중 손님이 적고 만만해 보이는 식당을 찾아 들어간 건데, 당시에 에너지가 없어서 쉬운 곳을 고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친 몸을 이끌고 이 식당 저 식당 기웃대며 문 앞의 메뉴판을 읽고 따질 힘으로 용기를 내보면 어땠을까 싶다.
아무튼 만만한 식당에서 만만한 메뉴를 골라 파파고로 번역해 주문했다. (식당 주인은 중국어만, 나는 한국어와 영어만 가능했기에)

만만한 식당 외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앞서 샀던 밀크티와 볶음밥과 닭고기 땅콩 볶음

 


만두와 순두부 탕

첫째 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마주친 중국 아저씨와 연이 되었다. 아저씨는 오후 7시에 호텔로 출근하고 오전 7시에 퇴근하는데, 내 답사 일정에 함께 하고 싶단다. 자기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동행하겠단다. 여러 차례 거절했지만 결국 우리는 오전 7시 10분에 같이 출발했고 아침 식사가 필수인 중국 아저씨가 자기 단골 식당에 데려가줬다. 본인이 늘 먹던 메뉴에 한 그릇을 더 추가했다. 전부 합쳐서 19위안이더라. (보통은 메뉴 1개에 50위안이 훌쩍 넘는다. 이 식당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김밥천국이나 기사식당 개념일까?) 아주 뜨끈하고 짜고 맵고 든든했다!


중국식 에그타르트

둘째 날도 어김없이 답사를 마치자마자 체력이 바닥났다. 오늘은 왠지 멋진 음식을 먹고 싶었다. '베이징 덕'까지는 아니더라도 북경까지 와서 누릴 수 있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달까. 그러나 나는 길치다. 애초에 맛집을 조사해오지 않았고 온통 외계어(중국어)뿐이라 막막했다. 그러다 홀리듯 시장엘 들어갔는데 이것저것 팔더라고! 신나게 구경하고선 내 손바닥만 한 에그타르트를 하나 사서 돌아왔다. 맛은 별로였다.

兆军盛菜市场
北京市东城区大佛寺东街25号(中国美术馆地铁站B东北口步行360米)

결국 어제와 똑같은 볶음밥을 사서 에그타르트와 같이 먹었다.


중국식 밀크티

북경에서 누린 소소한 재미는 CHAGEE의 밀크티를 주문하고 마신 일이다. CHAGEE는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 중 인기 순위 내에 있는 곳이고 인플루언서들이 너도나도 인증하길래 나의 고덕지도 '별표' 목록에 추가해 두었다. 매장에 가보니 손님들이 줄을 서는 게 아니라 의자에 먼저 앉더라. 주문할 수 있는 전용 어플이 있는 것 같았다. 외국인인 나는 외로이 "Can you speak english?"를 외쳤고 직원이 커다란 태블릿을 들고 와줬다. 기본 메뉴 선택, 컵 사이즈, 포장 여부, 얼음 정도, 당도를 선택하면 주문 끝!

CHAGEE霸王茶姬(北京隆福寺店)
北京市东城区隆福寺前街1号1层WL1-16


닭고기 냉국수와 콩 샐러드

마지막 식사는 서우두 공항 2 터미널에서 해결했다. 왜 갑자기 "마지막 식사"냐고? 답사의 마지막 날은 저녁 비행기를 타야 하는 일정이기에 오전과 오후를 바쁘게 보냈다. '내일은 없다'는 각오로 화장실조차 가지 않고 답사지를 뛰어다녔다. 너무 긴장했던가? 사실은 목마름도 배고픔도 생리현상도 없더라고. 그 덕에 원하는 바를 다 이루었고, 공항에 도착해 back drop까지 하고 나서야 배가 고프더라고. 식당들 모여있는 2층, 그중 내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무작정 들어갔고 익숙한 명칭을 골랐다. 닭고기 냉국수 세트. 두 명이서 먹어야 할 것 같은 양이었지만 천천히 모조리 먹어치웠다. 고소하고 담백했다.

 


당시에는 정말로 살기 위해 먹느라 '나 여기서 잘 지내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1초 만에 그 의문을 접긴 했지만- 이제와 보니 나는 관광용 메뉴보다 로컬리티 강한 음식에서 더 만족감을 느끼는 듯하다. 맛이 없더라도 말이지!

728x90